공업고등학교 출신이 대학교를 다니면서 처음 접해보는 경쟁 사회에 많이 힘들었다. 공업고등학교에서는 자격증만 따면 되니까 서로 도와주고 힘들면 응원해 주는 분위기 속에서 생활을 해왔던 나한테는 적응할 수 없는 사회였다.
방황하던 1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가면서 요리도 해보고 싶었고 목공도 해보고 싶었고 취미와 동시에 돈을 벌고 싶었던 욕구가 가득했다. 내 주위 친구들이 사회 속에서 돈을 버는 모습이 나한테는 너무 빛나 보였기 때문이다.
자퇴를 하고 직장 생활을 생각하고 있던 나한테 가족들은 대학생활을 1년만 더 해보라는 권유를 했고 1학년 때를 생각하면서 동기들에게 의지할 생각보다는 나 자신을 의지하면서 끝매듭을 잘 짓자는 생각으로 군대를 전역하고 학교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마음가짐의 차이인지 나 자신에게 의지하며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전공과목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나에게 의지하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의 좁고 갇힌 생활 속에 찾아온 큰 변화는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재미를 주기 시작했다. 한 학기를 마치고 2학년 여름방학 좀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교수님께서 랩실 생활을 권하셨고 나의 반도체 공부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교수님께서는 가르쳐주기보다는 추천하시는 도서와 공부해야 되는 방향만 가르쳐주셨고 일주일마다 각 챕터에 대한 발표를 하고 피드백 받는 식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미분 적분도 그 해 처음 해본 나한테 반도체 수식은 너무 어렵게 다가왔고 하나를 알면 다른 걸 알아야 되는 공부량 정말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거 같다. 이후 교수님 전공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공부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RRAM이라는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를 공부하게 되었다. 교수님의 과제비를 통해서 외주를 부탁하면서 직접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 외주를 하면서 기사님들과 소통을 하는데 전문적인 용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교수님한테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야기하는 게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다. 그 감정들은 공정 공부부터 전문용어 공부까지 나에게 한 단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시절 나한테는 지옥과 같은 시간이 반복되었고 의사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좋은 기회들이었던 거 같다.
연구를 통해 비록 2저자지만 SCIE 저널에 "Synaptic Device based on Resistive Switching Memory using Single-walled Carbon Nanotubes"라는 제목으로 정식 publish 되었다. 하지만 학부생으로써 좋은 경험을 뒤로하고 회로 과목은 재미있었지만 컴퓨터 관련 수업만 들으면 자신감을 잃는 내 모습에 전자공학과 학생이 프로그래밍을 이렇게 못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기 시작하면서 1년의 반도체 랩 실생활을 마치게 된다.
운영체제 공부를 하면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가 양산에 성공한다면 뉴로모픽 컴퓨팅 방식으로 기존 폰 노이만 컴퓨팅 방식을 다 갈아엎으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라는 재미있는 상상과 아~~ 처음부터 같이 배우자~~!!! 물론 교수님도요 미래를 나도 맞춰서 준비하려면 컴퓨터 관련 공부를 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